상세정보
의심하는 인간

의심하는 인간

저자
박규철
출판사
추수밭
출판일
2022-07-15
등록일
2023-01-2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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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갈수록 정보는 넘쳐나는데, 우리는 왜 두렵고 불안한가?”
거짓과 진실이 뒤엉킨 혼란스러운 시대에도
의심으로 일상의 평온을 지키는 회의주의의 길
저마다 ‘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찬 확증편향의 시대
‘의심하는 인간Homo Dubitans’이 필요한 이유
미국의 한 18세 이민자 출신의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정황상 모든 증거가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었고, 최종 판결을 앞둔 배심원들 역시 대부분 유죄를 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한 명의 배심원이 덜컥 나서서 소년의 ‘무죄’를 주장했다. ‘합리적 의심을 가질 여지가 없을 정도로beyond a reasonable doubt’라는 단서가 붙어야 피의자의 유죄를 확정할 수 있다며 그는 재판장에 제출된 모든 증거를 의심하며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토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죄를 주장했던 배심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설득당하며 점점 무죄로 돌아섰고, 끝내는 모든 배심원이 소년에 대해 ‘무죄’ 선고를 결정했다.
고전으로 손꼽히는 위대한 작품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주된 내용이다. 편견에 기댄 섣부른 판단의 위험성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의심하는 덕목의 중요성을 보여준 이 작품은 SNS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의적절한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실체적 진실을 좇기보다 자신들만의 진영 논리에 따라 증거와 뉴스들을 수집?조작하여 이를 여론으로 퍼뜨리는 사람들. 이들은 이른바 ‘데이터에 입각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그 내적 논리를 살펴보면 사회적 편견이나 오해에 근거한 독단적 확신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던 팬데믹 초창기에 손쉽게 특정 대상(사회적 약자?소수자)을 범죄화하고 그들에게 맹공을 퍼부었던 현상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의심하는 인간》은 바로 이렇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확신과 독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고대 회의주의의 철학과 지혜를 소개한다. 소크라테스부터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에 이르는 철학자들의 계보와 그들이 펼쳐낸 치열한 논쟁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플라톤 및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구성돼온 ‘이성 중심의 철학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아울러 데카르트가 발견한 이성적 존재로서의 ‘코기토(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전에 오류를 범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발견한 아우구스티누스와 몽테뉴의 생각을 읽다 보면, 세상에 우리가 판단하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통찰과 함께 일상에서 회의주의자가 누릴 수 있는 삶의 지혜와 기술까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에서 출발한 아카데미 학파의 회의주의
소크라테스는 변증술(문답법?대화법)을 활용해 당시 뭔가를 안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의 논리적 기초를 허물어뜨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아무리 대단한 철학적 이념을 내세우는 사람이라 해도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 파고 들어가면 그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라톤이 ‘아카데미 학파’를 설립한 이래로,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변증술과 ‘무지의 지’ 정신을 이어받고자 하는 회의주의자들의 흐름이 있었다. 아카데미 6대 원장인 ‘아르케실라오스’와 7대 원장인 ‘카르네아데스’가 바로 그들이다.
아르케실라오스는 후대 철학자들에게 반신반수의 괴물 취급을 받았다. 이는 그가 상호 모순적인 사태를 모두 다루며 일체의 판단을 유보했던 최초의 철학자였기 때문이다. 스토아 학파가 제시한 인식론적 진리의 기준으로서 ‘파악표상’이라는 개념에 반대하여, 아르케실라오스는 어떤 표상도 확실하지 않기에 파악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내세웠다. 그러나 어떤 것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면,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근거란 무엇인지 제시해보라는 스토아 학파의 재반박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맞서 아르케실라오스의 제자 카르네아데스는 ‘개연성을 지닌 감각표상’을 제시하며 파악표상에 근거하지 않고도 일상적인 감각과 생활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철학적 기준을 제시했다.
“어떤 일이든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말라”
판단유보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은 피론 학파의 회의주의
피론은 아카데미 학파와는 다른 맥락에서 회의주의를 구성한 최초의 철학자였다. 그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항상 ‘마음의 평안’을 얻은 현자와 같은 인물이었다. 폭풍우를 만난 배 안에서 혼란에 휩싸인 사람들의 틈 사이로 피론이 편안하게 잠을 자는 돼지를 가리키며 ‘이것이 현자의 모범적인 태도’라며 치켜세운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우리의 능력으로 막을 수 없는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어떤 복잡한 판단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그저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피론은 ‘상황에 지배받지 않는 회의주의의 지혜’를 제시했다.
그러한 피론의 뒤를 이어 새로운 회의주의 학파를 만든 사람이 바로 아이네시데모스와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다. 아이네시데모스는 관찰되는 어떤 현상과 우리들의 이론적 생각이 서로 대립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그 증거들을 모아 ‘10개의 논증방식’으로 정리했다. 그는 사물들이 갖는 다양성과 상대성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며, 독단주의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이 어떤 대상의 본성을 획일적으로 규정지을 수 없음을 꾸준히 논했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는 선배 아이네시데모스의 논의를 정리하며 어떤 일이든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판단유보의 표현법을 보다 정교화하고 이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궁극적 행복을 제시하고자 했다.
“나는 오류를 범한다, 그렇기에 나는 존재한다”
회의주의와 신앙주의의 결합을 모색한 중세 회의주의자들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 철학의 주춧돌을 놓은 교부철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회심 이후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자 각종 이단적인 사상에 반대하는 논리를 펼쳐왔다. 절대적 진리의 인식 가능성을 부정한 회의주의자들과도 치열하게 대결해온 그는 일반적으로 ‘반反회의주의자’로 인식된다. 그러나 저자 박규철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을 상세히 읽어나가며 그가 독단주의 및 기존의 회의주의와 씨름하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회의주의’를 발명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데카르트 이전에 아우구스티누스가 회의주의적인 주체로서 ‘오류를 범하는 인간’을 제시했음을 강조하며, 신에 대한 믿음을 갈구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까지도 의심함으로써 그가 내면적이고 경험적인 회의주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몽테뉴는 보다 적극적으로 신앙과 회의주의를 결합하고자 했으며, 특히 피론주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인간 이성의 한계를 제시하는 동시에 신의 은총을 요청했다. 종교개혁의 광풍이 불던 시기에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화를 추구한 관용의 철학자 몽테뉴는 어느 누구도 진리를 독점할 수 없고 인간은 사물의 본성에 대한 지식을 움켜쥘 수 없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외부로만 향하던 철학의 눈을 돌려 자기 자신과 내면을 향한 탐구에 집중했다. 의심하는 활동을 통해 오히려 ‘무지’와 ‘불안’의 상태로 나아가는 몽테뉴의 새로운 피론주의는 ‘평정심’과 ‘마음의 평안’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피론주의와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로서 바로서기 위한 주체적인 철학”
어떤 의견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회의주의의 지혜
저자는 서구 철학사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아온 고대 회의주의를 새롭게 평가하고 일련의 계보로 재구성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회의주의의 덕목을 제시한다.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양분되어 상대편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오늘날의 독단주의적 태도를 경계하며, 저자는 회의주의가 ‘지적 자만’과 ‘심적 조급증’을 치유할 수 있는 생활의 철학으로 주목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직 절대적인 인식을 담보하는 현자만이 진리를 탐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스토아 학파에 비해, 회의주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도 진리를 탐구하고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복잡하고 허황된 논리 체계를 구축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파괴하도록 이끄는 독단주의자들에 비해, 회의주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우리네 일상으로 초대하며 삶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어떤 의견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의심’을 새로운 인간의 원동력으로 제시하는 이 책은 내가 ‘나’로서 바로설 수 있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주체적인 철학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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