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파랑
"반갑습니다. 이 책을 써 내려간 열 명의 작가분들 모두 여름 더위에 시달리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성어와 맞먹을 정도로 첫 책을 만드는 모두가 열과 성을 다했는데, 독자분들께 어떻게 와닿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누군가는 이렇게 자책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다고, 후회된다고. 그러나 첫 시도인 만큼 마감 기한만 지켜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한 게 아닐까요. 끝내 완성된 이 책이 모두의 기억 속 서고에 작은 공간을 차지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계절이 지나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그렇습니다. 부담을 느껴 영 손에 잡히지 않거나, 오히려 욕심이 너무 많아 일을 그르치기도 하죠. 다른 작가분들은 어떠셨는지 미주알고주알 캐묻기에는 화술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저는 앞선 두 가지 양가감정이 교차했던 듯합니다. 상상 속에서 멋지게만 보이는 꿈을 정작 바깥으로 꺼내긴 어려운 것처럼요.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참 뻔하고 지루할 것이며, 다른 누군가에겐 보물처럼 빛나고 재미있게 다가가리라 믿습니다. 무엇이든 가능성을 품고 나아간 글의 향연이 다만 노력이란 따듯한 온기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놀라지 마세요.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들, 물론 작가님들도 이제 새 파랑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파랑이라고 하면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오르죠. 여름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가까운 건 지평선 너머 펼쳐진 새파란 하늘과 바다일 겁니다. 이 바다를 바람 따라 온통 뒤흔드는 물결이 곧 파랑이며, 그만큼 변화를 상징하기 좋은 건 없을 테죠. 본래 이 제목은 책 속 인물들이 겪는 새로운 변화를 나타내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가장 위대한 점은 단순히 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이니까요. 책 밖의 당신도 분명 바뀔 겁니다.
또 변화라는 표현이 가진 추상성의 폭 안에서 당신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인물의 눈물에 고인 슬픔과 기쁨, 파랗게 멍든 몸과 마음, 힘들어 흘린 땀, 때로는 시원한 웃음의 소리에서 우리는 파랑을 찾아냅니다. 변화가 기어코 사람을 헤집어 둬도 결국 변치 않는 성장의 조각으로 쌓여갈 것을 믿으면서. 굽이치는 변화의 물결이 바다를 숨 쉬게끔 하듯이, 우리 역시 숨 쉬게끔 할 것을 믿으면서. 저는 이 과정의 아름다움을 줄곧 글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글이 서툴러 원석 그대로인 상태이더라도 우리의 소회가 여러분을 파랗게 물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도 고마운 분들이 참 많습니다. 가장 먼저 함께 끝까지 달려준 C반 학우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평안한 하루 속에서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도와준 각자의 지인분들께도 신세를 졌습니다. 누구보다 이렇게 책 출판의 기회를 주신 우리 대학과 글ego의 환상적인 협업에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알려주듯이 친절하셨던 현해원 선생님과 열심히 발을 굴려 출판 작업을 마무리해주실 직원분들께 기쁜 시간을 선물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더위를 떨쳐낸 의지의 표상이 여기에 당당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파랑의 기운이 당신을 끌어당겨 이 기쁜 기억을 공유한다면 좋겠습니다. 시원한 청춘의 향기가 닿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