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온도
"며칠 전 필름 카메라를 현상했다. 잊고 있던 36장의 시간을 꺼내어 볼 생각에 들떴지만 막상 21장의 결과물밖에 얻지 못했다. 사라져 버린 15장은 머릿속에서 이미 휘발된 지 오래라 어떤 사진이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못내 아쉬웠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며 고심해서 셔터를 누른 사진도 있고 찰나를 놓칠까 급히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중 21장만이 살아남았다. 플래시를 제때 터뜨리지 않은 게 컸던 것 같다. 남은 사진도 손가락 잔상이 찍히거나 필름을 채 감지 못해 밑부분이 검게 잘려 있었다. 마치 조각나버린 파노라마 같았다.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쓰지 않으면 남지 않고 쓴다 해도 버려지는 글이 더 많다만 21장이라도 건져보려는 마음으로 쓴다. 조각난 파노라마처럼, 누군가의 마음 한쪽에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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