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지막 키스」(불어 원제: Le baiser dans la nuit)는 레벨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영역된 단편에 속하고, 지금도 다양한 호러 선집에 실리고 있다. 레벨이 왜 “잔혹한 이야기(conte cruel)”의 대가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통한다.
〈책 속에서〉
“용서해줘……. 용서해줘요.”
그는 분명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어나, 눈물을 닦아요. 내게도 잘못이 많으니까.”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울먹였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을 혼자 남겨두는 게 아니었어. 나를 사랑했잖아. 그렇게 되고 처음에는…… 얼굴이 계속 염산에 타들어가듯 아프고 다시는 앞을 못 볼 거라고 생각했어. 평생, 그렇게 무시무시한 공포는 처음이었어.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거야.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더군……. 하지만 이런 영원한 어둠 속에서 생활하다보니 생각이 깊어지고 잠든 사람처럼 점점 차분해졌어. 지금은 시력을 잃어서 상상으로 보거든. 우리의 아담한 집과 평화로웠던 날들, 그리고 당신의 미소를 다시 보곤 해. 내가 마지막 작별을 고하던 그날 밤, 당신의 작고 가여운 얼굴이 보여."
저자소개
"지은이 모리스 레벨(Maurice Level)
프랑스의 의사이자 작가. 빌리에 드릴라당과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은 일군의 잔혹하고 냉소적인 이야기(‘Contes cruels’ 혹은 ‘Sardonic Tales’로 불린다)의 대표 작가다. 외과의로 일하면서 야간 근무 짬짬이 글을 쓰기 시작해 신문 지면에 발표했다. 짧고 간결한 레벨의 많은 작품들이 공포와 선정성을 강조해 19세기말 프랑스에서 악명(?)이 높았던 연극 “그랑기뇰”의 무대에 올랐다. 그의 작품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달리, 병적인 것에 대한 취향도 없었고 심각한 비관론자도 아니었다. 다만 삶의 전반에 우울한 기질이 오래토록 스며있었다고 전해진다. 의사로서 지닌 병증과 환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작품에 투영되어, 정상과 비정상, 광기와 이성의 경계를 섬세하면서도 명확하게 그려냈다. 나중에 의사 직을 그만두고 작가로 나섰다. 영향을 받은 릴라당이나 포, 모파상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레벨의 천재성이 타국에 비해 일찍 번역 소개되고 각광 받았다. 이런 움직임에 H. P. 러브크래프트의 호평도 일조했다. 초자연성보다는 뒤틀린 환경과 운명을 통해 공포를 그려냈다. 영역 기준으로 『돌아온 사람들』, 『공포의 움켜쥠』, 단편집 『미스터리 호러 이야기』 등의 대표작들이 있다.
옮긴이 정진영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세계 호러 걸작선』, 『뱀파이어 걸작선』, 『펜타메로네』, 『좀비 연대기』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