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의 궤적
"길을 걷다 스친 어떤 사람의 향기가 고개를 돌려보게 만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후각이 다른 감각들의 이런저런 말들을 일축하고 저 사람이 내 운명이라 주장하듯, 제 후각은 늘 그런 방식으로 책의 냄새에 반했습니다. 책장을 스르륵 넘길 때 콧속으로 파고드는 나무의 냄새, 활자의 냄새, 담겨 있던 먼지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그런 향에 취해 책을 한 권, 두 권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체내를 유영하는 책 내음이 늘어갈수록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부풀어 갔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라는 이 막연하고 모호한 바람이 이렇게나 일찍 실현된 것에 놀랍기도 합니다. 제가 책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작가님과 함께 힘듦을 공유했던 공동 저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파동의 궤적』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하나의 교집합만으로 묶인 대학생들이 쓴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주간, 우리는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자신의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막막하고, 지치고, 힘든 순간들도 분명 있었지만, 이 책이 출간됐을 때쯤엔 그 모든 기억들이 어렴풋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파동의 궤적’은 ‘마음의 충동이나 움직임이 지나간 흔적’을 의미합니다. 지나온 인생의 발자취라고 할까요. 우리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인생의 길이 펼쳐집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마음에서 일어난 파동에 따라 자신만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 길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또 다른 곡선으로 뻗어나갑니다.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궤적을 여러분에게 펼쳐 보일 거예요.
책 뒤에 숨을 수 있는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138억 년 동안 흐르고 있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해야 100년 남짓. 우리는 이토록 잠깐 머물다 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단 한 번뿐인 짧은 인생에서 후회는 없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해 보고 싶은 일은 해 보고, 도전해 보고 싶은 건 도전해 보세요. 인생에는 정해진 답이 없으니까요. 살다 보면 기로에 서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여러분이 가야 할 길은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설령 그 길이 험로든, 미로든, 우회로든, 비탈길이든 상관없습니다. 길조차 아닌 곳을 걷는다 해도, 그것이 여러분의 뜻이라면 그곳은 곧 여러분만의 길이 될 겁니다.
혹시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면 다시 돌아가면 됩니다. 되돌아가는 과정마저도 여러분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공식의 일부가 될 테니까요. 그러니 너무 많은 것을 따지고 재지 말아요. 그저 오래도록 흘러왔고 또 그렇게 흘러갈 우주의 시간 속, 우리에게 일순간 허용된 이 순간을 마음 가는 대로 즐기면 됩니다. 여러분만의 궤적을 그려보세요. 우리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로 여러분의 방향과 방황을 응원하겠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나요? 여러분의 마음이 머물다 지나간 경로, 그 파동의 궤적이 저 먼 외계 행성에서도 보일 만큼 밝고 눈부실 거라는 사실을요. 외계인들은 그 찬란한 빛을 ‘별’이라고 부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