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한 조각
"진부하게도, 전혀 아름답지 않은 여름이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고, 원하는 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만 같던 7월에 우리는 첫 수업을 시작했다.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글을 썼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피드백을 받았다. 내 글은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지금까지 글 말고는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도 뺏긴 기분이었다. 오만하게도 내 글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기가 싫었다. 열심히 쓴 글을 지우고 새로 써야한다는 게 거짓말 조금 보태 죽기보다 싫었다.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었다. 그때 수업을 해주신 해원 작가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다.
“잘 쓰고 싶지 않다면 혹평도 아무렇지 않을 거예요.”
그제야 알았다. 정말 잘 쓰고 싶었다는 것을.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더 깊이 파고들어 분량을 늘려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두가 토익, 컴활, 한능검을 치고, 해외여행을 가고, 스펙을 쌓을 때 내가 한 거라곤 글쓰기뿐이었다. 그 사실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글에 나 자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내가 봐왔던 잔인하거나 난해한 소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내보이는 일이었다.
주인공은 완성되지 못한 나를 닮아, 아무것도 모른 채 방황했다. 마감에 가까워 질수록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억지로 몇 줄을 썼다가, 아예 쓰지 않았다가, 다 새로 갈아엎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자려고 침대에 누울 때, 샤워할 때, 친구를 만날 때 늘 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부족하게나마 답을 찾아나갔다. 말해두자면 나는 흔히 말하는 뼛속부터 문과의 표본이다. 그런 내가 감히 말하건대 글을 쓰는 과정은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과 비슷했다. 글에는 답이 필요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느 날 마침내 답을 적을 수 있었다. 지난날의 무한한 끙끙댐이 만든 결과였다.
같이 6주간 글을 써온 여진님, 예원님, 주난님, 지원님, 문정님, 윤미님, 동현님, 명주님, 채은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 글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나갔다. 포기하지 않고 글을 올려준 모두에게, 특히 자신의 글이 아님에도 열심히 읽고 같이 고민해준 우리 팀원 명주, 주난님께 감사드린다. 6주 동안 꾸준히 써서 글을 완성한 우리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신 해원 작가님께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한다. 처음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내가 가지고 있었던 자만심을 내려놓고 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글쓰기를 단련하는 법을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여름이 아름답지 않았으면 뭐 어떠한가. 아주 아주 뜨겁고 숨 막히는 여름을 보냈다면, 그것이 청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