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밑기행
"잘 익은 과일은 입맛을 돌게 하고 끊임없이 먹고 싶게 만들지만, 덜 익은 과일은 입안을 찝찝하게 남긴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것이 먹고 싶다. 가끔은 시퍼런 감이 먹고 싶다. 아파트 뒷마당의 감나무에 열린 덜 익은 감을 한입 베어 문다. 입 전체가 쪼그라들지만 그것대로 아삭한 식감이 있고 약하지만 달달한 맛이 있다. 향긋한 모과도 한입 먹어 본다. 아버지 자동차 대시보드 위에 놓인 모과를. 냄새가 좋다고 무턱대고 한 입 들이대는 아이. 입 전체가 쪼그라들어서 깜짝 놀란다. 너무 셔서 자꾸만 침을 흘리지만 향긋한 냄새가 입안 가득 퍼진다. 가끔은 그런 것이 먹고 싶다. 마트에 시원한 수박이나, 달콤한 복숭아처럼 입술을 유혹하지는 않지만, 여기엔 막 영글고 있는 약동하는 생의 활기와 열광이 있다.
떫은맛, 신맛, 쌉싸래한 맛을 그들은 거침없이 베어 문다. 세계의 거친 속살을 샅샅이 뒤진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그들은 프랑스, 미국, 그리스, 가상의 도시들뿐만 아니라 꿈과 상상 속을 여행했다. 여정이 끝나 집에 돌아왔을 때 베개 밑에 숨겨진 문학의 세계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자신만의 새파란 열매를 맺는다.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베개 밑 바로 그곳에서 여행의 깨달음을 완성한다.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날 것 같다. 도약을 준비하는 새들. 그들은 곧 날아오를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경험 하나하나 푸릇한 과일처럼 만끽할 것이다. 과실이 열리는 나무들. 그들은 곧 푸른 과실을 맺을 것이다. 당신의 베개 밑 여행에 그것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도록."